1.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와 감금 사건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제는 외교 당국까지 긴급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2024년에는 220건 이상이 신고됐다. 2025년에는 8월 기준으로 330건을 넘어섰다는 보고가 있다. 과거 해외 납치 사건과 비교해도 매우 이례적인 수치다.
이전에는 아프가니스탄 선교단 납치나 필리핀 범죄조직 사건처럼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개별 사건’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 캄보디아에서는 수백 명 단위로 한국인이 한꺼번에 사라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실제 탈출자들의 증언과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아래 내용을 정리한다.
- 어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 어떤 방식으로 한국인이 끌려가는지
- 왜 지금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었는지

2. 캄보디아 납치 조직의 본거지: ‘스캠 단지’란 무엇인가?
리조트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감금 시설
피해자들은 캄보디아 곳곳에 고층형 리조트 단지가 있으며, 겉보기에는 호텔이나 카지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감옥과 같은 구조라고 증언한다. 내부에는 피해자 숙소, 관리자 숙소, 미용실, 편의점, 심지어 시신을 처리할 수 있는 소각장까지 갖춰져 있다. 일반인의 출입은 철저히 차단되어 있고, 보안요원이 외부와의 모든 접촉을 통제한다.
한국 언론에서 ‘망고 단지’나 ‘태자 단지’로 불리는 곳들이 이런 형태의 폐쇄형 범죄 단지다. 현지에서는 이를 “크라임 컴플렉스(Crime Complex)” 또는 “스캠 센터(Scam Center)”라고 부른다. 단지 안에는 카지노, 식당, 편의점, 성매매 시설까지 한 구역에 모여 있으며,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 일부 탈출자들은 한 단지에 수천 명이 상주하며 온라인 사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사람을 ‘직원’이 아니라 ‘물건’으로 취급
탈출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내부에서 한국인은 가장 낮은 계급으로 취급된다. 중국계 조직원이 최상위이며, 조선족이나 중국계 한국어 인력이 그 아래에 있다. 한국인은 “2호”, “28호” 같은 번호로 불리며, 마치 상품처럼 가격이 매겨진다고 한다.
이 구조 속에서 사람은 더 이상 노동자가 아니라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취급된다. 인간이 돈의 단위로 평가되고, 생명 가치가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3. 어떻게 납치되나? 한국인을 데려오는 실제 수법
1) 고수익 해외알바·해외취업 제안
가장 흔한 방식은 “단순 채팅 상담만 하면 월 천만 원 가능”, “통역 알바만 하면 된다” 같은 고수익 알바 제안이다. 이런 메시지를 믿고 캄보디아로 간 순간 위험이 시작된다. 공항이나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여권과 휴대폰, 노트북이 압수되고, 즉시 감금된다.
이후에는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투자 사기 유도 메시지 발송 등의 역할을 강제로 수행하게 된다. 초반에는 협박과 폭행이 이어지며, 말을 듣기 시작하면 ‘월급’과 ‘승진’을 미끼로 조직에 묶어둔다.
실적이 나오면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숙소를 옮겨주며 신뢰를 심는다. 반대로 실적이 없거나 저항하면 폭행을 당하거나 다른 조직에 재판매된다. 더 이상 쓸모가 없다고 판단되면 더 위험한 일에 투입된다고 한다.
2) 아는 형, 친한 친구를 통한 ‘국내 리크루팅’
최근에는 단순한 온라인 구인광고가 아니라, 국내 브로커가 직접 사람을 유인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 “같이 여행 가자”, “괜찮은 일자리 있다”는 식으로 접근해 친분을 이용한다. 실제로 대학생이나 취업 준비생이 지인의 소개로 캄보디아에 갔다가 납치된 사례가 보고됐다.
이 경우 범죄는 이미 한국에서 시작된다. 한국 내 브로커가 모집을 담당하고, 현지 조직이 인수를 맡는 구조다. 즉, 한국에서도 인신매매가 연결되는 ‘국내 리크루팅 라인’이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3) 카지노 빚을 미끼로 한 강제 편입
또 다른 루트는 카지노 빚이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카지노에서 돈을 잃은 한국인에게 중국계 조직원이 접근해 “돈을 빌려줄게”라며 유혹한다. 문제는 그 빚이다. 갚지 못하면 곧바로 뒷문으로 끌려가 범죄 단지로 넘겨진다.
이렇게 끌려간 사람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조직 인력’으로 취급된다. 이후에는 다른 한국인을 유인하는 역할을 맡거나, 사기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조직 내부에서는 이 과정을 통해 ‘자발적 공범’으로 길러지기도 한다.

4.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나?
강제 온라인 범죄 노동
감금된 사람들은 대부분 온라인 사기에 동원된다. 로맨스 스캠, 투자 유인, 보이스피싱 등 다양한 범죄가 이뤄진다. 실적을 내야만 식사나 휴식이 보장되고, 못하면 폭행을 당한다.
심한 경우 다른 조직에 매각된다. 실제로 한 사람의 거래 가격은 1천만 원에서 3천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사람 장사’다.
마약 강제 투여와 심리적 고립
일부 피해자는 마약을 강제로 투여받았다고 증언한다. 이는 탈출 의지를 무너뜨리기 위한 수단이다. 마약 중독 상태에 빠지면 현실 감각이 사라지고, 귀국 의지도 사라진다.
단지 내부에는 성매매, 도박, 술이 일상처럼 퍼져 있다. 이런 환경은 정신적 통제와 종속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피해자들은 스스로도 탈출을 포기하게 된다.
최악의 경우: 재판매, 장기 적출 위험
사기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거나 반항적인 사람은 다른 조직에 ‘팔린다’. 일부는 더 위험한 조직으로 넘어가며, 장기 적출 위험까지 존재한다. 탈출자들은 “배를 타고 나간 사람은 다시 못 본다”고 증언했다. 이 말은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실제 생존 확률이 극히 낮다는 뜻이다.

5. 왜 지금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었나?
코로나 이후 ‘카지노 도시 → 범죄 공장’으로 전환
코로나19로 관광 산업이 무너진 뒤, 캄보디아의 대형 리조트와 카지노 건물들이 텅 비었다. 이 공백을 중국계 범죄 조직이 채웠다. 이미 완성된 보안 시스템과 숙박 시설을 이용해 ‘스캠 타운’을 만든 것이다.
이 구조는 한 번 만들어지면 인력만 교체하면 된다. 빠르게 확장할 수 있고, 막대한 돈이 돌아간다. 그 결과, 수많은 외국인 피해자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한국인이 표적이 된 이유
- 한국은 모바일 뱅킹, 인터넷 송금, 간편결제 사용률이 매우 높다. 즉 “전화+메신저+계좌 안내”만으로 큰 금액이 빠르게 움직인다.
- 청년층 일자리 불안정, 고수익 아르바이트에 대한 수요도 높다. “월 몇 백 가능” 같은 말에 실제로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노려진다.
- 한국인 여행객 자체도 동남아에 많이 들어간다. 즉 ‘공급(사람)’을 확보하기 쉽다.
이 세 가지가 겹치면서 한국인은 “설득하기 쉬운 타깃”, “돈이 되는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6.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
한국 정부는 캄보디아 경찰과 공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코리안 데스크’라는 전담 창구를 통해 실종·감금 사건을 즉시 처리하기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
국가정보원은 “감금된 한국인이 최소 수백 명, 많게는 1천 명 이상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범죄 단지는 한곳에 고정된 형태가 아니다. 캄보디아에서 단속이 시작되면 조직은 곧바로 라오스나 미얀마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즉, 한 지역을 급습해도 이미 핵심 인력과 피해자가 이동한 뒤다.

7. 왜 이 내용이 ‘해외 사건 뉴스’가 아니라 ‘내 문제’인가
이 사건은 단순히 “해외에서 조심하세요”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 실제로 한국 내 브로커가 지인을 통해 ‘직접 끌고 가는’ 단계까지 왔다.
- 빚이나 카지노 중독, 고수익 유혹을 이용해 사람을 구조적으로 납치해 노동력으로 돌리는 산업이 형성됐다.
- 숫자가 이미 수백 명 단위다. 전례가 거의 없다.
결국 이건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실질적인 ‘사람 거래 시장’이다. 해외취업, 단기 알바, 여행 제안이 ‘복귀 불가능한 구역’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문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이다.
